바이브 코딩, 코알못 기획자의 두 달 도전기와 비개발자를 위한 팁

코딩 1도 모르고 바이브코딩 하면 느낌적인 느낌만 내다 끝남

말만 하면 AI가 알아서 웹사이트도 만들어주고 앱도 만들어 준단다. 데모 영상이나 유튜브 영상을 봐도 진짜 딸깍딸깍 몇 번 하면 AI가 알 수 없는 언어로 코딩을 하고 실제로 돌아가는 사이트를 뱉어낸다. 이런 걸 '바이브 코딩'이라고 한단다. 어쩜 이름도 멋져. 어떤 느낌적인 느낌만 얘기해 주면 AI가 웹사이트도 만들어주는 세상이라니, 아이디어만 한가득 짊어지고 사는 나 같은 기획자는 날개를 단 느낌이었다.

당장 머릿속에 굴리고만 있던 아이디어 중 하나를 골라 기획서를 만들었다. 개발 계획 문서도 만들고 디자인 가이드도 만들었다. 문서로 정리되는 것들이 글자로만 남는 게 아니라 실제 워킹하는 웹서비스가 된다는 생각에 거침없이 써 내려갔다. 무지 신이 났다.

절반의 성공, 애매한 완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플릿으로 두 개의 웹서비스를 만들기는 했다. 처음 몇 번 AI와 핑퐁하며 만들 때는 이런 신세계가 따로 없구나 싶었다. 작성해 둔 문서들을 학습시키고 계획했던 기능들을 말로 설명하면 버튼이 생겼고, 버튼을 누르면 다음 기능으로 이어지는 테스트 페이지를 동작해 보면서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그.러.나. 이제 몇 가지만 수정하면 되겠구나 싶을 때 시련이 시작됐다. 디테일한 수정을 원할수록 마법사 같던 AI는 더 이상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말한 대로 수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말하지도 않은 부분이 변경되어 있고, 잘 동작하던 게 오류가 나기 시작했다.

오픈채팅방에서 고수들 도움도 받아보고 유튜브 영상들을 뒤져가며 해봐도 끝까지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부분이 생겼다. 이쯤 되니 무한 찬사를 보냈던 바이브코딩에 대한 신뢰가 현격하게 떨어지면서, 해결을 장담할 수 없는 오류들에 계속해서 돈을 태우며 (내 속도 태우며) 수정을 반복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은 현타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러다 어디선가 바이브 코딩의 보안상 허점이나 코알못들이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고 놓쳐버리는 치명적인 바이브코딩 실수 사례들을 보면서 이거 그냥 만만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도 미완성도 아닌, 공개하기도 공개하지 않기도 애매한, 슬픈 딜레마에 빠져버린 애증의 프로젝트들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딸깍’하면 만들 수 있다는 환상

바이브 코딩은 절대로 바이브만 갖고 되지 않는다. 개발 지식이 전혀 없어도 AI가 딸깍하면 만들어준다니까 나도 뭐 하나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판타지에 가깝다. 마냥 까막눈으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하는 코딩으로는 절대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 바이브 코딩을 시작하면서 왜 이런 현실적인 조언을 해 주는 영상이나 글을 보지 못했을까? 바이브 코딩으로 얼마나 쉽게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영상은 잘 팔려도(그놈에 딸깍 딸깍), 코알못들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바이브 코딩의 한계점이나 바이브 코딩을 하려면 최소한 알아야 할 개발환경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나 개발용어들을 알려주는 컨텐츠는 수요도 얼마 없고 잘 안 팔려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환상을 현실로 바꾸려면

그렇다고 바이브 코딩을 접겠다는 건 전혀 아니다. 개발자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나 같은 기획자나 마케터, 디자이너들에게 바이브 코딩은 확실히 기회다. AI가 코딩을 대신해 준다면, 그리고 그 성능이 지난 1년간 그랬듯, 아니 더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다면, 이제 누구든 자기 입맛에 꼭 맞는 유능한 개발자 아니 개발팀을 바로 곁에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될 거다. 단,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점은, 그 개발팀의 실력은 스스로 얼마나 공부하고 준비했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일 거라는 것.

AI는 같이 일하는 팀동료와 같다. (관련글: AI를 일잘러들만 모인 팀처럼 만들어 쓰는 방법)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동료가 해낸 일을 확실한 근거를 갖고 평가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고, 어떤 용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데다, 동료가 해온 일을 평가할 수도 없다면 어떨까? 결과는 안 봐도 뻔하지 않은가.

코알못들에게 추천하는 두잇 리스트

먼저, 파이썬 기초를 공부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유튜브 조코딩 채널에서 독학했는데, 교재와 설명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하루에 영상 한 개씩 보고 복습한다는 일정으로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만 공부해도 AI가 생성해 내는 코드를 대략 볼 줄은 알게 되고, 터미널 명령어나 VS Code 등 개발 환경이랑 나름 친해질 수 있다.

코알못들이 꼭 알고 시작해야 할 웹앱 제작의 기본 개념유튜브 디자인하는 AI 채널의 영상을 한번 보면 좋다. 진짜 이건 알아야지 하는 기초 중에 기초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가장 첫 영상으로 보면 좋다.

어떤 개발을 하든 마찬가지겠지만 바이브 코딩을 할 때에도 초기 기획을 탄탄하게 잡고 시작하는 게 핵심이다. 바이브 코딩이라고 진짜 느낌적인 느낌만 갖고 했다가는 무한 수정만 반복하다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경험과 함께 ‘돈이 녹는다’는 말이 어떤 건지 몸소 경험할 수 있다. 최소한 PRD, README, 디자인 가이드라인 이 세 가지 문서는 만들어 놓고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AI가 프로젝트에 필요한 코딩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context를 제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성할 때 유튜브 커리어해커 알렉스 채널의 영상을 참고했다.

💡 바이브 코딩할 때 필요한 기본 문서들

  • PRD (Product Requirements Documents): 서비스 목적, 주요 기능, 기능별 명세(정의), 사용자 플로우, 데이터 베이스 구조 등
  • README (개발자용 코드 설계도): 시스템 구성도, 디렉토리 구조, UI 기본 전략, 사용자 플로우 및 데이터 처리 로직 등
  • 디자인 가이드라인: 컴포넌트 디자인, 타이포 그래피 및 컬러 팔레트, 톤 & 매너, UX 및 반응형 대응 원칙, 레퍼런스 등

바이브 코딩 플랫폼들은 다양한데 코알맛 눈에는 작동하는 방식에 따라 개발 지식을 더 요하는가 아닌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고, 그 성능과 수준은 점점 상향 평준화되어 가는 추세다. (이와 함께 코딩 단가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지만, 외주 비용을 생각하면 여전히 훨씬 저렴한 수준이긴 하다.)

비개발자도 입코딩으로 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replit.com에서 두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숱한 삽질의 추억과 함께 개발 공부의 필요성을 깨달은 나의 경우, 다음 프로젝트는 커서를 통해 제대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유튜브 커서 맛피아 채널에서 제공하는 학습자료를 시작으로 개발 지식을 조금씩 쌓고 있는데, 꼭 성공해서 doitbuddy에도 공유할 수 있길.

바이브 코딩 실패담을 읽고 코알못 기획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나 정보를 주고 싶다고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