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쓸모 있는 인간으로 살아남는 법
'자기 계발', 'N잡러'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 (다시 읽는 유발 하라리의 '일'에 대하여)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챗봇과 생성형 AI 툴들은 조롱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그 성능과 발전 속도에 그저 아찔하다. 인간의 일 중에 AI가 하지 못할 일은 점점 없어 보이고, 그렇게 인간 일자리의 많은 부분이 빠른 속도로 대체될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 됐다. 분명하지 않은 사실이라면 대체 어떤 강도로 어떤 범위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를 맞닥뜨릴 어떤 준비가 돼 있냐는 것뿐.
이런 와중에 7년 만에 다시 읽게 된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수록된 ‘일’에 대한 인사이트는 7년 전보다 훨씬 더 실제감 있게 다가왔다. 예상보다 너무도 빨리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해석해 본 유발 하라리의 '일'에 대한 관점을 세 가지 인사이트로 정리해 봤다.
새로운 일자리는 생긴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가 알고 있던 대부분의 일자리가 AI나 로봇으로 대체되어 사라지는 만큼 일자리는 새로 생겨나게 돼 있다.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계 한 종에 사람의 일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새로운 일이 생겨났고, 인간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은 극적으로 올라갔다. 문제는 AI 시대에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는 모두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전후의 직업 변화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기계적인 작업을 또 다른 비슷한 수준의 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직업 변화는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각고의 노력 끝에 새 기술을 습득한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그 직업 역시 또 다른 기술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라지만 ‘평생 직업’은 가질 수 있을 줄 알았고, 이렇게 빠른 주기로 직업을 바꿔야 한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직업을 바꾼다는 것도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자산으로 하는 단순 이직이 아니라, AI의 발전 속도에 맞춰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전혀 다른 분야의 직업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니 벌써부터 자신이 없어진다. 이렇게 파괴적인 자기 혁신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인간 사회는 높은 실업률에 더해 숙련 노동력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게 될 수도 있다.
‘일자리’ 걱정하기 전에 ‘인간’ 걱정부터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직업의 변동성이 커질 뿐이다. 따라서 인간 일자리가 없어질까를 걱정하기 전에, 직업의 변화 주기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인간이 잘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AI가 대부분의 인간 일자리를 대체한 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노동자는 끊임없이 재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상상해 보자. 보통의 인간이 그런 끝없는 자기 혁신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근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번아웃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됐을 정도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그런 인간이 전에 없던 속도로 변화하는 고용 시장과 직업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보다 훨씬 효과가 큰 획기적인 스트레스 경감 기술이 나온다면 모를까, 스트레스 임계치를 넘어선 노동자들이 모든 변화를 거부하며 ‘무용 계급’을 자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직업군이 빠르게 변화하면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동권을 확보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새로 생겨나는 대부분의 일자리들은 비정규직이나 자유계약직 혹은 일회성 업무직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된다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더욱더 힘들어질 게 뻔하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무얼 해야 할까?
AI나 로봇으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생산성 향상이나 긍정적 효과를 인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새로운 기술을 손에 쥐게 될 것이고, AI 선도 기업들과 국가 간의 경쟁적 기술 개발로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발명하는데 훨씬 뛰어났기에,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시켜 줄 정책적 솔루션이나 기술 기업들의 철저한 책임감, 글로벌 합의 같은 이상향만 바라고 있을 수도 없다.
개개인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해야 한다.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관련성을 잃고 하찮은 혹은 무관한 존재를 자처하거나, 재앙적 시나리오에만 집착해서도 안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미래의 노동자들은 반복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직업을 바꿔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감정의 근력을 스스로 단련해 놔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노동자들의 평생 교육을 보장하고 불가피한 전직 기간에 필요한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 줘야겠지만, 개개인의 심리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AI 시대에 '자기 계발', 'N잡러' 같은 단어는 더 이상 갓생 사는 일부 직장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생존을 위해 새로운 배움에 대한 열린 마음과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필수로 장착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아찔한 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 앞에서 앞으로의 일이란, 일하는 감각이란 어떻게 변화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